김용민 인투모스 사장의 명함은 일반 명함과 아주 ‘간단한’ 차이가 있었다. 그의 명함 한 켠에는 2차원 코드(QR코드)가 들어 있었다. 일반 바코드와 QR코드를 인식하는 쿠루쿠루(QRooQRoo) 소프트웨어가 설치된 애플의 아이폰으로 QR코드를 찍으니 김용민 사장의 사진과 연락처는 물론 회사 위치까지 지도에 표시됐다. 아주 손쉽게 자사 기술을 적용, 홍보하고 있으니 처음 만난 이들에게도 강한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해 보였다.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이 뜨고 있다. 최근 들어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 마켓에는 증강현실 애플리케이션이 쏟아지고 있다. 실제 거리의 파노라마 사진 위에서 길 안내를 해주는 다음의 ‘로드뷰’나 카메라 화면 위에서 현재 가장 가까운 식당과 주유소, 영화관 등을 검색해주는 ‘니어리스트 플레이스’ 등이 대표적이다.

쿠루쿠루 소프트웨어도 증강현실을 겨냥한 것 중 하나다. 쿠루쿠루라는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을 애플의 아이폰에 설치한 후 상품에 인쇄된 바코드를 카메라에 비추면 아이폰이 이를 인식해 상품정보를 보여주고 온라인 마켓의 가격도 비교해 최저가를 찾아준다. 신문과 잡지의 지면이나 모니터에 인쇄된 QR코드에 카메라를 비추면 사진과 동영상, 지도상의 위치, 인터넷 링크 등 관련된 정보를 보여준다.

쿠루쿠루를 개발한 인투모스의 김용민 대표를 만났다. 그는 “2008년 ‘web 2.0 summit’에서 증강현실을 시연하는 장면을 보고 정말 ‘이거다!’ 했습니다. 최근의 스마트폰 바람이 증강현실 인프라를 확산시키고 있습니다”라며 기대감을 표했다. 증강현실이 생활 속으로 파고들려면 사람과 정보를 연결해주는 기기가 필요한데 스마트폰이 딱 그 역할을 해 주고 있다는 것이다.

intomos인투모스(intomos)의 김동완 대표(좌)와 김용민 대표

김용민 대표는 관련 기술을 찾아보면서 개발자들을 모아 2009년 5월 21일 직장 상사였던 김동완 대표와 함께 인투모스를 창업했다. 이후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해 카메라로 바코드와 QR코드를 인식하는 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했다. 웹캠에서 구현할 수 있는 인식 알고리즘은 널리 알려져 있었지만 휴대폰에서 구현하려니 걸림돌이 많았다. 인식률을 끌어올리는 것도 중요했다. 올 1월 애플의 스토어에 등록을 마친 쿠루쿠루에는 이렇게 개발한 기술이 적용돼 있다.

개발 과정에서 어려움도 많았다. 그 중의 하나가 바코드 DB를 구축하는 것이었다. 바코드를 이용해 가격 비교를 해주려면 바코드에 들어있는 일련번호가 어떤 제품의 것인지 찾아주는 데이터베이스가 필요했다.

김용민 대표는 “바코드 정보는 대부분 각 제조업체가 관리하고 있어요. 통합된 DB가 없죠. 제조사와 제휴하기도 하고 사용자들이 참여를 유도하면서 이런 DB를 계속 모으고 있어요. 지금까지 도서를 제외하고 60만 건 정도의 바코드 DB를 가지고 있습니다. 도서의 경우는 바코드 DB가 잘 정리돼 있어 국내 유통되는 모든 책 정보는 다 가지고 있다고 보시면 될 겁니다”라고 그간의 과정을 소개했다.

쿠루쿠루가 바코드를 인식해 최저가를 검색해주는 애플리케이션으로 많이 알려졌지만, 사실 김 대표는 바코드보다 QR코드에 더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김 대표는 “1차원 바코드는 생성할 수 있는 갯수에 한계가 있습니다. 국내업체의 경우 한국유통물류진흥원에 등록을 마쳐야만 사용할 수 있어요. 담을 수 있는 정보량도 20글자 정도에 불과해 고작 제품 일련번호를 저장하는 수준입니다. 반면, 2차원 코드는 2천 글자까지 정보를 담을 수 있어요. 고밀도 2차원 코드의 경우 심지어 짧은 음악까지 넣을 수 있는 수준입니다”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QR코드는 일본의 덴소사가 개발한 2차원 바코드의 한 종류다. Quick Response라는 이름에 걸맞게 빠른 인식 속도와 고밀도의 저장능력을 자랑하며 국제 표준으로도 채택됐다. 라이선스를 개방해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일본과 유럽에서는 스마트폰이 등장하기 전부터 QR코드가 널리 활용돼 왔고, 최근에는 미국에서도 확산되는 추세다. 우리나라는 일단 QR코드를 널리 확산시키는 것이 급선무라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올해 안에 많은 분들이 인투모스의 코드 생성과 인식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 개발 툴 킷(SDK)을 공개할 예정입니다”라며 개발자들에게도 손을 내밀었다.

김 대표는 당분간 모바일 환경에서 QR코드가 현실의 제품과 가상의 인터넷의 서비스를 연결해 주는 게이트웨이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만큼 QR코드의 활용분야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그는 “신문과 잡지에 실린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인식하면 음악과 동영상 등 지면에서 제공하지 못하는 추가 정보를 보여줄 수 있습니다. 관광지나 박물관에 QR코드를 넣으면 관람객들이 관련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고, 명함에 넣으면 일일이 연락처를 입력하지 않아도 되죠”라며 일상 생활에 적용될 분야가 널려 있다고 전했다.

intomoscard.jpg김 대표의 명함에 있는 QR코드를 쿠루쿠루로 인식하면 각종 정보를 볼 수 있다

올해들어 그동안의 노력이 조금씩 결실을 맺고 있다. 신문사와 잡지사와의 제휴가 순조롭게 진행돼 3월이면 인투모스의 QR코드가 인쇄된 잡지가 등장한다. 현재 애플 아이폰용으로만 제공해 왔던 쿠루쿠루는 2월 중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폰(구 윈도우 모바일)과 구글의 안드로이드 버전도 출시될 예정이다.

그는 “신기한 증강현실이 아닌, 유용한 증강현실이 돼야 합니다” 라며 증강현실 기술이 가야할 방향을 분명히 했다. 최근 증강현실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오는 서비스가 사용자 입장에서 신기하긴 하지만 실질적으로 일상 생활에서 사용하거나 산업에 적용할 수 있는 서비스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증강현실 게임은 일시적인 흥미로 구입할 수 있지만, 유틸리티의 경우는 정말 유용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경쟁력이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현재 출시된 대부분의 증강현실 서비스가 위치정보만을 사용하고 있다며, 엄밀한 의미에서 증강현실이라고 부르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김용민 대표는 “기계가 현실을 인식하고, 인식된 현실과 관련된 정보를 찾고, 정보를 현실에 투영시켜 보여주는 세 가지 조건을 다 만족할 때 진정한 증강현실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쿠루쿠루도 사실 ‘준(準) 증강현실(semi AR)’이라고 할 수 있죠”라고 가야할 길이 멀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투모스는 ‘진짜’ 증강현실 서비스로 나아가기 위해 연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용민 대표는 바코드 인식을 넘어 실제 사물을 카메라로 인식하고 증강현실 환경에서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자 한다며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그는 “일차적으로 올 3분기 쯤에 카메라로 거리의 로고를 인식하는 기술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길을 가다가 레스토랑 간판에 스마트폰 카메라를 갖다대면 위치정보와 결합해 레스토랑의 메뉴와 가격 등의 정보를 카메라 화면에서 직접 보여주려고 해요. 거기에서 그치치 않고 실제 사물을 인식할 수 있는 수준까지 개발할 계획입니다. 앞으로는 스마트폰 카메라가 세상을 보는 새로운 창이 될 것입니다”라고 들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