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유주연(26)씨는 얼마 전 패션 전문 월간지 더블유 코리아(W Korea) 3월호를 넘기다가 지면 하단 오른쪽에 위치한 가로×세로 1.5㎝ 크기의  낯선 문양을 발견했다. 정사각형 안에 검정색 기하학적 무늬가 불규칙하게 배열된 형태였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그는 거의 몇 페이지당 한 번꼴로 등장하는 ‘이상한 사각형’의 정체가 차츰 궁금해졌다.

호기심은 잡지 26쪽 ‘편집장 레터’에 이르러서야 풀렸다. “더블유가 한국 최초로 QR코드 시스템을 야심차게 시도합니다. 스마트폰 시대를 맞이해 잡지라는 1차원의 지면을 더 입체적으로 즐길 수 있게 한 배려입니다. 이달 잡지 곳곳에 인쇄된 QR코드를 안내된 방법에 따라 실행해보세요. 화보, 동영상, 제품 정보, 블로그 주소, 맛집 위치까지 온라인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잡지 속 ‘더 데님 타임스(The Denim Times)’ 기사 첫 페이지 아래쪽에 있는 QR코드를 설명에 따라 아이폰(iPhone)으로 읽어봤다. 그전에 우선, 애플사의 스마트폰용 프로그램을 모아놓은 앱스토어에 들어가 ‘QRooQRoo’라는 프로그램을 다운로드 받았다.

아이폰 화면 창에 QRooQRoo라고 쓰인 아이콘이 나타나자 이 프로그램을 손가락으로 터치해 열었다. ‘Barcode Scan’ ‘QRcode Scan’ 등 메뉴가 화면에 나타났다. QR코드 스캔을 선택하니, 사진을 찍을 때와 같은 카메라 창이 나타났다. 카메라 창을  QR코드에 대니 ‘초점을 정확히 맞춰주세요’라는 글씨가 위에 작게 나타났다. 초점을 맞추니 그 순간 화면이 넘어가 14개의 데님 이미지가 나타났다. 잡지 지면에 공개되지 않은 청바지 14벌의 이미지와 가격, 브랜드 정보가 소개되어 있었다.

물류용으로 개발… 최근 마케팅 도구로 각광
영상미디어에 밀리고 있는 인쇄미디어의 구원 투수로 QR코드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QR(Quick Response)코드란 일본 덴소(DENSO)사가 1994년 9월 개발, 발표한 2차원 코드의 명칭이다. 격자 무늬 형태에 각종 데이터를 담아 디지털 카메라나 전용 스캐너로 읽어 들여 활용한다. 우리에게 친숙한 바(Bar)코드는 세로로 된 검정색 선과 흰색 선을 불규칙하게 배열, 각각에 숫자를 매겨 부착 상품에 고유성을 부여하는 원리다. 처리 가능한 정보의 형태에 따라 종(縱)적 정보처리만 가능한 바코드를 1차원 코드, 종횡(縱橫) 정보처리가 가능한 QR코드를 2차원 코드라고 부른다.

QR코드는 당초 물류용으로 개발됐다. 이진법 원리에 의한 데이터 저장방식으로 담을 수 있는 정보량에 한계가 있는 바코드를 대신해 자동차 부품 생산 관리 등에 주로 이용된 것. 도요타자동차의 자회사인 덴소사가 QR코드 개발에 나선 것도 그 때문이었다. QR코드 외에도 2차원 코드는 여러 가지가 있다. 국제표준만 해도 QR코드와 데이터매트릭스(일본 노키아 개발) 등 4종에 이른다.

QR코드는 가장 최근 개발돼 기존 2차원 코드의 한계들을 보완한, 한층 진화된 모델이다. 특히 덴소사가 특허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이후 이용층이 급증해 저변이 넓어졌다. 실제로 일본에선 개별 상품은 물론 매장 내 광고물, 카탈로그 할 것 없이 QR코드가 부착돼 있다. 지난해 11월 도쿄 다치가와시에 들어선 N빌딩은 건물 정면 유리벽에 약 9미터 높이의 QR코드를 설치하고 코드 속에 층별 입주업체 정보를 수록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리더기는 휴대폰과 디지털카메라다. 일본에서 출시되는 대부분의 휴대폰과 디지털카메라엔 QR코드 인식기능이 내장돼 있다.

▲ 김용민 인투모스 대표는 QR코드와 스마트폰을 결합시킨 애플리케이션 ‘쿠루쿠루’를 선보이며 국내 QR코드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photo 김승완 조선영상미디어 기자
국내선 스마트폰 시장 커지며 사용자층 급증
잡지 지면과 QR코드를 결합하는 시도를 기술적으로 구현해낸 업체는 국내 신생 벤처기업 인투모스다. 지난해 5월 설립된 인투모스는 애플사의 스마트폰인 아이폰 사용자들에겐 ‘쿠루쿠루(QRooQRoo)’란 이름의 애플리케이션으로 이미 친숙하다.

아이폰 카메라 기능을 이용, 바코드와 QR코드를 인식할 수 있도록 한 이 앱은 최소 22만명(2010년 3월 업데이트 다운로드 횟수 기준)의 아이폰 이용자가 내려 받았을 정도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더블유 코리아와의 작업 역시 아이폰이 단초가 됐다. 김용민(34) 인투모스 공동대표는 “이혜주 편집장이 QR코드를 소개한 기사를 읽다가 잡지와 연계할 수 있는 부분을 발견하고 우리 쪽에 먼저 연락을 해왔다”며 “이 편집장 역시 아이폰을 쓰고 있어 (그 아이디어가) 더 와 닿았던 것 같다”고 했다. 더블유 코리아 3월호엔 수십 페이지의 광고 외에 주요 기사들에도 QR코드가 부착돼 있다.

설립 초기 SNS(Social Network Service) 관련 사업을 준비했던 인투모스는 지난해 7월 국내 스마트폰 시장의 폭발성을 감지하고 방향을 선회, 6개월여에 걸쳐 QR코드 생성과 인식 관련 기술을 자체 개발했다. 애플 앱스토어에 쿠루쿠루를 등록한 건 올 1월 초. 오는 3월 말엔 윈도폰과 안드로이드폰용 애플리케이션 출시도 앞두고 있다.
이와 별도로 홈페이지(www.qrooqroo.com)를 통해 회원(무료 가입)들에게 QR코드를 무료로 만들어주고 있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누구나 손쉽게 자기 관련 정보를 QR코드로 생성, 명함 등에 부착할 수 있다.

코드에 담을 수 있는 정보 형태는 ‘무비(유튜브 동영상 업로드 가능)’ ‘이미지’ ‘링크’ ‘로케이션(야후! 지도 업로드 가능)’ ‘텍스트’ 등 다섯 가지. 원칙상 QR코드에 탑재할 수 있는 숫자는 최대 7089자, 문자(한글 기준)는 1817자이지만 쿠루쿠루 서비스는 꼬리표(tag)를 찾아 해당 정보에 접속하는 태그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사실상 무한대의 정보를 담을 수 있다.
 
“영업활동 안 해도 매체들 찾아와 제휴 문의”
김용민 대표를 만나기 위해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인투모스 사무실을 찾았을 때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김동완 대표는 외근 중이었다. 지면에 QR코드를 탑재하는 문제로 모 일간지와 회의가 잡혀 있다고 했다. 김용민 대표는 “별도의 홍보나 영업활동을 전혀 하지 않았는데도 여러 매체로부터 업무 제휴 요청을 받고 있다”며 “추후 매체 성격에 따라 QR코드를 활용한 독자 이벤트 진행이나 쿠폰 제공 등 좀 더 다양한 서비스도 기획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신문이나 잡지가 인투모스의 사업영역이긴 하지만 그건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인터넷 쇼핑몰 인터파크와 진행 중인 쿠폰 서비스, 유저스토리북(userstorybook.net)과 제휴해 인터넷 공간에 ‘내 서재’를 구축하는 서비스 등 QR코드의 활용도는 무궁무진하다. 얼마 전엔 아모레퍼시픽도 이 업체의 고객이 됐다. 김 대표는 “보안상 기업명을 밝힐 순 없지만 여러 곳의 대기업과 업무 제휴 계약을 체결했거나 진행 중에 있다”고 귀띔했다. 

더블유코리아 3월호가 나온 지 며칠 후 김용민 대표는 잡지에 실린 QR코드별 조회수를 검색하다가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대부분의 코드가 200~300회의 조회수를 기록한 데 반해 한 코드의 조회수가 6000건대에 이른 것. 알고 보니 그 코드가 실린 지면은 최근 인기가 급상승 중인 ‘지붕 뚫고 하이킥’의 배우 신세경이 모델로 나선 모 청바지 브랜드 광고였다. 스마트폰으로 신세경이 등장하는 여러 장의 화보를 다운로드한 일부 독자가 블로그 등을 통해 ‘입소문’을 내줬고 그 결과, 해당 잡지를 들춰보는 독자가 늘어난 것이다. 잡지와 스마트폰, 인터넷이 융합되며 갖는 파괴력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주는 사례다.

그는 “QR코드는 어디까지나 도구일 뿐, 정말 중요한 건 양질의 콘텐츠 아니겠느냐”면서도 “2011년 스마트폰 이용자가 400만~500만명 선으로 추산되는 상황에서 QR코드의 활용이 인쇄매체에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최혜원 기자 happyend@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