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자연물인 돌멩이들, 그것들을 애정을 갖고 바라보니 느낌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 돌멩이의 생김생김에서 우리 인간의 모습, 인생행로의 모습을 느낄 수 있었고, 그래서  돌멩이를 우리 사람 사는 모습으로 나타내고자 했다.” 새벽의 희미한 여명의 빛에 모습을 드러내는 바닷가의 돌멩이의 아름다운 빛에 매료되어 13년동안 거의 매일 새벽 촬영을 한 무슬목 지킴이 한창호씨.

 
글·강병욱 (kang64007@hanmail.net)
 
무슬목(무실목 ,무술목)은 여수에서 7km 떨어진 돌산 섬의 평범한 해변으로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의 전승지 중 한곳이며 이곳에서는 동백골이라 부른다.
“나는 이곳 무슬목에서 새벽의 희미한 여명의 빛에 모습을 드러내는 바닷가의 돌멩이와 아름다운 빛에 매료되어  13년 넘게 거의 매일 새벽 촬영을 해왔습니다. 여러 외적인 환경변화에 따라 바닷물이 다양한 색으로 변화하는 것을 회화적으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오랫동안 촬영을 하다보니 변화하는 환경(날씨, 조수간만의 차, 구름의 유무와 위치, 계절에 따라 수 없이 달라지는 환상적인 색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름다운 자연물인 돌멩이들, 그것들을 애정을 갖고 바라보니 느낌이 달라지기 시작했어요.  그 돌멩이의 생김생김에서 우리 인간의 모습, 인생행로의 모습을 느낄 수 있었고, 그래서  돌멩이를 우리 사람 사는 모습으로 나타내고자 했습니다. 결국 내 피사체인 돌멩이들은 내가 사람 사는 세상에서 꾸는 꿈을 대신 꾸는 내 대리물이라고 할 수 있죠. 그들의 꿈이 모여 무슬목의 꿈이 되고 나의 꿈이 됩니다.

어느 날엔 나도 바닷가의 돌멩이로 그들 속에서 그들의 대화에 동참하고 싶습니다. 아니, 수 천년 깎이고 깎여 둥그런 바닷가의 돌멩이로 바닷물의 애무를 받으면 참으로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 무슬목을 그렇게 매일 촬영하느냐는 물음에 대한 한창호씨의 대답이다.
 
13년간 같은 장소에서 새벽사진 촬영

“13년 동안 매일 새벽 4시 30분쯤 이곳에 도착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닷가와 돌들을 해뜰 때까지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니까 이곳 주민들이 처음에는 정신병자나 간첩으로 오인도 했습니다.”
중학교 2학년때 처음 아버지에게 카메라를 사달라고 해서 카메라를 갖게 됐는데 왜 그랬는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버지가 극장을 자주 데리고 가셨다고 한다. 아마도 그것이 사진을 찍게 된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그는 1965년도에 처음 지리산 장터목을 가봤다. 지금은 좋은 등산 장비들이 많지만 그때만 해도 군용 A텐트와 휘발유 버너가 최고였다. 그것을 가지고 산을 올랐는데 텐트를 못치게 해서 비박을 했다.  새벽에 눈만 내놓고 있는데 하늘이 보이고 햇살이 비쳐 설화가 녹아가는 상고대에서 바라본 일출은 정말 장관이었다. 그때부터 산이 좋아 산 사진만 10년 찍다가 1992년 국립공원사진대전 2회 대상을 수상하고 개인전을 열었다. 그런데 산 사진을 접었다. 그 이유는 충무로에 산사진을 하는 프로들이 많은데 아무리 잘 찍어도 이미 그러한 사진들이 발표되었기 때문에  차별화 하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여수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싶어

1976년도에 여수에 와서 30년 가까이 계속 사진을 하면서 여수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싶었다. 그래서 무술목을 찍게 됐고 물속으로 접근하다 보니까 재미있는 사진도 나오고 가로등 불빛을 이용해서 촬영해보니 필름에서 나오지 않는 색감을 얻을 수 있었다. 물론 물때가 맞아야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무슬목에 대한 한창호씨의 애정은 각별하다. 그는 날마다 아침에 잠깐 가서 3분이든 10분이든 마음대로 시간을 주고 결과를 보는 시험촬영을 많이 한다. 집에서 15분 거리에 있어 새벽 4시 50분에 도착해 자판기 커피를 한잔 마시며 즐겁고 재미있게 그만의 사진을 만들기 위해서 많은 생각을 한다. 눈에 보이는 한 컷만 찍고 마는 것이 아니라 한가지 피사체를 계속 관찰해서 각각의 다른 색을 찾아낸다. 자꾸 물속으로 접근하다보니 파도가 렌즈를 덮치고 염분 때문에 렌즈와 카메라도 쉽게 부식돼 장비 비용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그는 술마신 셈치고 용돈을 줄여 장비에 투자한다는 것. 

한번은 자연사진의 대가라는 분이 안개가 낄 때 촬영을 하시느라 고생이 많겠다고 했다. 그래서 “가까이에서 안개가 보입니까? 했더니 아무말도 못하고 안색을 바꾸더군요.” 
“사진은 빛으로 그린 그림이다.”  특정필름을 쓰다가 필름을 바꾸자 그 필름에서는 안나오는 색이 다른 필름에서 나왔다. 특히 보라색이 나왔을 때는 더 큰 기쁨을 느낀다.

그는 한국사진작가협회 여수지부장을 역임했고, 현재 여수공업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하고 있다. 부인 황정자씨와 두 아들을 두고 있는 한창호씨. 부인이 이해를 해줘서 이렇게 사진을 찍지 안 그러면 어림도 없는 일이라고 말한다. 

1993년 여수 전남문예회관에서 산사진으로 1회 개인전을 열었고, 2000년 코닥포토살롱과 전남문예회관에서 ‘무실목(무슬목)의 꿈’을 전시했다. 2001년에는 충무로 타임스페이스 전시장에서 전시를 했다.  그는 기회가 되면 무슬목으로 다시한번 전시를 하고 싶다고 한다.

라이브러리에 원고를 주냐는 물음에 순수한 아마추어 정신으로 작품활동을 하므로 작품을 팔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냥줬다고 대답한다. 돈이 개입되면 순수한 마음이 사라질 것 같아서 판매를 안한다는 것. “내가 좋아서 하는 거지 돈하고 관련되어 있으면 사진을 안 찍는다. 나중에 정년퇴직 후에나 원고 라이브러리에서의 판매나 작품판매를 고려해보겠다”고 말하는 그는 지금은 순수한 아마추어로서 무슬목을 지키고 싶다고 했다. ●
 
대한민국 사진대전 추천작가
전남 사단합동전 초대작가          
여수 예술총연합회 감사
여수 여명 사진동우회 지도고문
한국사진작가협회 여수지부 지부장 역임
http://www.musulmok.com
월간 사진예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