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한겨레] 하늘에 떠 찰칼 찰칵…스마트폰 크기 초소형

‘부메랑’ 모드와 ‘나 잡아봐’ 모드로 영상까지

셀카봉 다음엔 셀카 드론? 지난해 등장 이후 거세게 불고 있는 셀카봉 바람을 조만간 소형 무인기 ‘드론’이 이어받을지도 모르겠다. 스마트폰 만한 크기에 사진과 동영상 촬영 기능을 갖춘 초미니 드론이 잇따라 나올 전망이다. 이 드론들은 대개 위치정보 기반 센서를 갖추고 있어 드론 주인을 따라다니며 움직이는 셀카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요즘 셀카족들의 기대를 한껏 받고 있는 드론이 있다. 글로벌 IT기업 인텔의 지원을 받고 있는 셀카 드론 ‘닉시’(Nixie)다. 손목에 차고 다니는, 최초의 웨어러블형 드론이기도 하다. 인텔이 웨어러블기기 개발 촉진을 위해 지난 5월부터 6개월간 진행해온 ‘웨어러블기기 경연대회’(Make It Wearable Challenge)에서 우승을 차지한 화제의 주인공이다. 인텔이 지난 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쇼 ‘CES 2014’에서 처음 구상을 밝혔던 이 대회는, 요즘 한국의 오디션 TV 프로그램에서 보듯 라운드별로 전문가 멘토를 붙여 기술 개발과 디자인에 대한 조언을 받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수천명의 예선 참가자 가운데 10팀이 최종 후보로 선발돼, 11월2~3일(현지시간) 인텔 임원과 투자자들 앞에서 마지막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다.

평소에는 손목시계처럼 팔에 차고 다녀

50만달러(약 5억5천만원)의 우승 상금을 받은 닉시는 날개가 4개 달린 소형 무인기다. 평소에는 손목시계처럼 팔에 차고 다니다 필요할 때 날려보내 주변 풍경이나 셀카를 찍는다. 물론 촬영이 끝난 뒤에는 주인한테 되돌아온다. 개발팀을 이끈 스탠퍼드대 실험물리학 박사인 크리스토프 코스털(Christoph Kohstall)은 닉시가 시중에 나올 경우, 셀카 트렌드에 큰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닉시는 스마트폰 셀카에 비해 촬영 각도와 거리가 자유로운 것은 물론 촬영법도 훨씬 간편하다. 예컨대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으려면 손에 기기를 쥐고 카메라 앱을 연 뒤 촬영 구도를 설정하고 셔터를 누르는 네가지 단계를 거쳐야 한다. 닉시를 사용하는 데는 그런 번거로운 단계를 거칠 필요가 없다. 단추만 누르면 손에 쥘 필요 없이 드론이 촬영하기 좋은 각도로 날아가 자동으로 사진을 찍거나 동영상을 촬영한다. 작동 방식엔 ‘부메랑’ 모드와 ‘나 잡아봐’(follow me) 모드 두 가지가 있다. ‘부메랑’ 모드를 선택하면 사진을 찍은 뒤 주인의 손목으로 돌아오고, ‘나 잡아봐’ 모드를 선택하면 주인을 계속 따라다니며 동영상을 촬영한다. 닉시 개발자들은 제품이 완성되면 우선 암벽 등반 같은 스포츠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한 틈새시장에서부터 수요가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제품 개발 작업을 완성하기까지는 가야 할 길이 만만치 않다. 시제품조차도 마감 열흘 전에야 겨우 완성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심사위원들이 닉시를 1등으로 꼽은 것은. 제품 콘셉트가 그만큼 매력이 있고 사업 잠재력도 크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개발팀은 이번에 받은 상금을 프로펠러, 모터, 내비게이션 시스템 마무리 개발 작업에 투입할 예정이다. 심사위원 유리 민코프(Uri Minkoff)는 “일단 제대로 된 제품이 완성되면 사업모델은 명확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심사위원들은 닉시가 실제 상품으로 개발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내년 중엔 시판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이폰6 크기의 주머니 휴대형 ‘아누라’


웨어러블형 대신 스마트폰 같은 주머니 휴대용으로 개발되고 있는 드론도 있다. 미국의 사진작가인 제이슨 램이 최고경영자로 있는 에어리캠(AeriCam)이 개발중인 ‘아누라(Anura)‘다. 에어리캠은 5년 전부터 영화 및 비디오 촬영용 드론을 제작해 판매해오고 있다. 나름대로 이 분야에서 꾸준히 노하우를 갈고 닦아온 셈이다. 아누라는 아이폰6 크기와 똑같은 4.7인치(11cm) 크기의 초소형 드론이다. 날개가 네 개 달린 쿼드콥터인데, 날개는 평소엔 직사각형의 네 귀퉁이 안에 접혀 있다가 비행을 시작할 때 펼쳐진다.

호주의 IT미디어 <기즈맥>은 이를 두고, 스위스 군용 칼과 비슷한 방식이라고 평했다. 스마트폰처럼 주머니에 넣고 다니다가, 필요할 때 꺼내서 쓰면 된다. 스마트폰에 앱을 설치해 조종한다. 한번 충전으로 최대 10분간 시속 40km로 비행할 수 있다. 내장된 초소형 카메라로 사진과 동영상 촬영이 가능하다. 에어리캠은 집안에 있는 아기 보호를 위한 모니터링 기능도 넣을 예정이다.


에어리캠의 모토는 ‘드론 대중화 시대를 연다’(The Beginning of the Drone Era for the Masses)이다. 그래서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개발의 초점을 두고 있다. 예상 시판가격을 200달러 안팎으로 잡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10월21일부터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인 킥스타터를 통해 투자금을 모으기 시작했는데, 목표금액 10만달러를 훨씬 넘어 15만달러에 가까운 투자금 약속을 받았다. 아누라 개발 아이디어는 2012년 미 프로야구단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한 뒤 벌인 거리 퍼레이드 현장에서 떠올렸다고 한다. 램 대표는 “거리에 몰려든 시민들 때문에 시야가 가려졌을 때, 미니어처처럼 작고 사용하기 쉬운 드론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에어리캠은 2015년 4월 아누리 첫 출하를 목표로 잡고 있다.

초소형 액션캠 장착해 쓰는 ‘포켓 드론’

올들어 활발해진 초소형 드론 개발 물결에 첫 물꼬를 튼 건 지난 1분기에 킥스타터를 통해 개발자금을 모은 ‘포켓 드론’(Pocket Drone)이었다. 미국의 드론 애호가 단체인 ‘드론사용자그룹네트워크’(DUGN)의 에어드로이즈(AirDroids)팀이 직접 개발에 나선 이 드론은 두달만에 93만달러의 거금을 투자받았다. 목표액 3만5천달러를 무려 20배 이상 뛰어넘는 금액이다. 초소형 드론에 대한 일반 대중의 관심이 그만큼 크다는 징표이다. ‘주머니 휴대가 가능한 최초의 드론’임을 내세운 이 제품의 크기는 날개를 접으면 7인치 태블릿보다 약간 작아진다. 이 업체의 주장처럼 주머니 속은 아니더라도, 작은 가방에 넣고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작은 크기다.


날개가 3개 달린 쓰리콥터로, 무게도 1파운드(약 450g)에 지나지 않는다. 비행시간은 한 번에 최장 20분. 다만 카메라를 내장하고 있지는 않다. 초소형 액션캠을 장착해 쓰도록 돼 있다. 대신 포켓 드론 역시 ‘나 잡아봐’ 기능을 갖추고 있어, GPS 센서가 달린 모바일폰과 연계해 셀카 드론으로 쓸 수 있다. 에어드로이즈는 홈페이지를 통해 “완성품 테스트를 마쳤으며, 11월말 200~300개의 첫 제품을 출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세줄로 전력 공급하는 ‘포켓 플라이어’

미 공군 지원 아래 개발중인 초소형 드론도 셀카 드론 후보이다. 매사추세츠의 기술업체 사이피 웍스(CyPhy Works)가 개발한 ‘포켓 플라이어’(Pocket Flyer)라는 이름의 이 드론은 휴대폰보다 약간 큰 크기(17cm)다. 하지만 무게가 80g으로 웬만한 휴대폰보다 가볍다. 6개의 회전날개로 비행하는 헥사콥터(hexacopter)이다. 이 드론의 최대 강점은 2시간 이상을 계속 날면서 고품질 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성능은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비밀의 열쇠는 미세섬유 줄(microfilament tether)에 있다. 드론은 하늘을 나는 동안 이 줄을 통해 전원을 공급받는다. 배터리로 날 경우엔 기껏해야 10~20분 정도 비행할 수 있다. 이 줄을 이용하면 드론에 계속 전기를 공급할 수 있어 기지국 전력이 소진될 때까지 비행할 수 있다. 또 이 줄을 통해 실시간으로 동영상을 전송할 수도 있다. 포켓 플라이어에 내장된 미세섬유 줄은 길이가 76m에 이른다. 내장된 실패가 돌아가면서 줄이 풀려 나오는데, 굵기가 아주 가느다랗기 때문에 육안으로는 줄을 식별하기가 곤란하다고 한다.


포켓 플라이어는 휴대용 케이스와 한 짝을 이룬다. 이 케이스에는 드론에 공급할 배터리와 미세섬유 연결 기지국이 있다. 드론 제어는 휴대폰이나 태블릿을 통해 이뤄진다. 드론 내의 실패 카트리지는 일회용이이어서, 한 번 쓰고 나면 새 것으로 교체해줘야 한다. 포켓 플라이어 역시 아직은 시작품 제작 단계에 있다. 사이피 웍스는 군 수색·구조 분야에서 큰 활약이 기대되는 제품이라고 말한다. 여기에 ‘팔로우 미’ 기능만 추가한다면 훌륭한 셀카 드론으로 변신할 수 있다.

2015년 ’셀카 드론‘ 원년의 해 될 듯


각 업체들이 내놓고 있는 개발 및 시판 일정으로 볼 때, 2015년은 ’셀카 드론‘의 원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스마트폰 크기에 촬영 성능도 탁월한 이 드론들이 실제 우리 머리 위를 날아다닌다면? 사용자들은 그동안 불가능했던 각도에서 촬영한 영상들을 경험하는 새로운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이들이 제작한 영상들은 SNS를 타고 새로운 콘텐츠 영역을 형성해갈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촬영 대상이 사람이라면? 촬영을 당하는 사람들로서는 그만큼 사생활을 박탈당하는 상황이 빚어진다. 불시에 어느 곳에서든 드론 카메라가 나타나 자신을 촬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드론 비행의 안전성 확보도 큰 과제다. 덩치가 워낙 작다 보니 바람 등 주변 환경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비행중 기능에 이상이 생겨 방향을 잘못 잡으면 사람이 다칠 위험도 있다. 높은 고도를 비행할 경우엔 일반 항공기와의 충돌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안전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 한, 항공운항 규정이라는 실정법규의 벽을 넘는 건 결코 쉽지 않은 대목이다. 기술은 기술에만 머물지 않는다. 기술을 향유하고, 그 영향을 받는 사람들 사이에 새로운 규칙을 필요로 한다. 셀카 드론이 이런 걸림돌들을 무사히 넘어 생활인들의 미래 엔터테인먼트 기기가 될 수 있을까?

곽노필 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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